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학부 시절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을 좋아했었다.
으레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설의 한 구절을 외우고 다니기도 하지만,
글쎄, 나는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 어떤 구절이 좋은지는 자세히는 모른다.
...늘 그의 소설을 읽고 나서 감명, 느낌, 이런 것에 푹 빠져있던것 같다.
그래서 양을 쫓는 모험, 댄스 댄스 댄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등...
집에 사놓고 몇번이고 침대에 걸터앉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대체 왜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온갖 여성들에게 둘러싸였으면서도 아무 생각 없는듯 생각에 빠져있는 주인공이 부러워서였을까?
사실 난 아직 사회초년생인지라 그의 이야기들에 환상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철없는 청년의 환상.
1973년의 핀볼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을 쫓는 모험 등에 나오는 '나'와 '쥐'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제목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핀볼이 주제. 아니, 정확히는 핀볼 게임기가 주제.
주인공은 핀볼 게임기를 찾는 여행을 하고, 결국 언젠가 했던 그 핀볼 게임기를 찾게 된다.
최근작인 '해변의 카프카'와 같은 소설은 자극적인 설정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지만,
1973년의 핀볼은 비교적 초기작인 만큼 심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그러고 보니, 최근의 상황이 소설 속의 인물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아마 최근 오락실에 자주 가게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였으리라.
그것도, 주로 하던 게임기인 Ez2DJ를 저버리고 드럼을 열심히 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리라.
중고교, 그리고 대학 시절 한번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KONAMI 사의 드럼매니아.
대학원, 그러니까 석사 4학기, 졸업 논문 주제도 다 정해놓고 외국어 시험도 합격한 마당에,
심심풀이로 찾아나선 것이 한국에 퍼져있는 드럼 기계인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옛날에는 흔해빠지도록 보이던 드럼 기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있는 드럼 기계라고 하면 안암역 근처 안암로터리에 있는 낡은 녀석(버전은 9th)이 전부였다.
이 시점에서 나는 궁금해졌다. 다른 곳에는 대체 어떤 드럼 기계가 있을까-
학부 1~2학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다.
그땐 온지사방, 그러니까 유흥가 근처에는 Ez2DJ, 드럼, 그리고 잡다한 오락들을 풀세트로 갖춘
그럴듯한 오락실들이 사방에 깔려있었다.
하지만 관리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Ez2DJ 같은 경우 키 센서가 고장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드럼 기계 같은 경우 역시 센서가 고장나거나 드럼 스틱이 없어진 경우도 많았었다.
정말 완벽한 오락실이 찾고 싶었다.
싸고, 친절하고, 관리 잘되고, ... 그런 오락실.
그렇게 해서 찾은 오락실이 신천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아무튼 대학원에 와서 다시 한 번 그것을 하려니... ... 정말 큰 장벽에 부딪혀버렸다.
게임 어뮤즈먼트 산업이 사장길로 접어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찾아봤던 오락실 자리에는 성인오락실 혹은 카페가 들어서있고,
이미 있던 오락실도 축소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해서 나름대로 찾은 곳이 이수 게임랜드 라는 곳인데,
(압구정 조이플라자도 있지만, 여기는 이미 잘 알려진 고급이라 논외로 친다)
국내 오락의 성지인 마냥,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더라.
나는 감히 그 열정에 엄두를 낼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열정 속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면 '즐기지 못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집앞, 혹은 학교앞 오락실이 제일 좋아-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원래 동네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1973년의 핀볼이 바로 그 이야기더라.
20대 후반~30대 초반인 주인공도 핀볼 게임기를 결국에는 찾아내어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써 나도 나름 소설과 하나의 공통점을 지닌 것인가?
이것을 훈장이라 여겨야 할 것인가? 아니면 치욕으로 여겨야 할까?
어느 한가지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제서야 이 소설을 읽은 의미를 찾은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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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많이 익숙치가 않네요..;ㅅ;
그래서랄까, 이젠 단순한 문체가 와닿더군요.
저렇게 베베 꼬는건 어떤면에선 현학적인것 같아요.
하루키의 소설 중 가장 접근이 쉬운 소설이라면 역시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자 스스로도 '흔한 러브스토리'라고 말했을만큼 서사구조가 간단한 편이라서 읽기쉽고 알기쉬운 소설이랄까... 그리고보니 하루키를 좋아했던 탓인지 이래저래 말이 길어지는군..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정점이라면 '태옆감는 새' 직전. 솔직히 렉싱턴의 유령이나 해변의 카프카는 좀..
저도 다 읽었습니다..마는, 다시 곱씹어 보니 다시 읽고 싶은 것은 별로 없더군요. 초기의 작품들은 마음에 들었지만, 글쎄요.. 제 뇌내에선 태엽 감는 새 부터 뭔가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