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또는 퍼커션(타악기)을 치기 위해 사용하는 신체의 부위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께서 소속되어 계신 모 밴드 모임의 향우회 분 중 김대환 드러머의 관련 자료를 소장하신 분이 있어, 그 분의 자료가 소장된 조그마한 개인 전시장에 간 적이 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전설의 드러머, 정확히는 타악기 연주자이기도 한 김대환씨는 한 손에 일반적인 드럼 스틱, 북 채 등 서너가지의 도구를 놓고 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분들은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엄청나게 연습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할 수밖에.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왼손, 오른손, 왼발, 오른발을 이용하여 드러밍을 한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손으로 하이햇을 두드리고, 왼손으로 스네어 드럼을 두드리며, 오른발로 베이스 드럼을 쿵쿵 치고, 왼발로 하이햇 오픈 클로즈 컨트롤을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오른손과 왼손을 교차하여 스네어 드럼, 탐, 하이햇 등을 두드려 속도감과 그루브를 추구하기도 한다.
이런 드러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바로 인디펜던스(independence) 문제이다.
인디펜던스란, 그 영어 뜻의 해석(독립)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 왼손과 오른손, 왼발과 오른발의 상호 독립이다. 옛 성경 구절에 '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고 했듯, 드럼을 치는 데에서 사지의 독립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사지의 독립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어렸을 적 다들 한 번은 해보았을 '오른손으로 원을 그리면서 왼손으로 삼각형을 그려 보기'를 해보면 알 수 있다. 그나마 드럼의 인디펜던스 연습이 쉬운 점은, 사지의 맨 끝이면서 컨트롤이 힘든 손가락을 움직이는게 아닌, 사지 각각의 전체를 움직인다는 점이지만, 실제로 드러밍을 해보면 그것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나를 비롯한) 아마추어들은 제 비트 제 시간에 드럼 스틱이나 발 움직임이 작동하고 있으면 다인줄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작동시키고 있는 아마추어들은 어려운 리듬이 나올수록 점점 몸이 위축된다. 몸이 위축되면 타격감의 조절이나 소리도 점점 떨어지게 된다. 정말 애처로운 일이다.
이런 애처로운 일을 더욱 가증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무대의 문제이다. 어째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무대에 있는 드럼은 여러가지 커스터마이즈가 되어있다. 베이스 드럼은 구멍을 뻥 뚫어서 마이크를 박아놨고, 하이햇, 스네어, 탐탐 등에는 모두 마이크가 달려있다. 그래서 합주실이나 드럼실에서 치던 것의 절반 이하의 세기로 베이스 드럼 페달을 밟으면 무대 전체에 쿵- 하고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러니 걍 박자만 맞춰도 되는 드럼이 가능할 수밖에..
물론 해외의 M/V를 보더라도 이런 셋팅을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지만, 무대의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드럼에 별다른 셋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드러머가 무대 전체에 울려퍼질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이크가 달려있는 경우 그 강렬한 드러밍 때문에 소리가 찢어질(saturated) 정도이다. 물론 드러머가 실제로 어느 정도 힘을 들이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소리가 크게 나오는 것은 드러머의 숙련이 어느 정도 되었다는 증거기도 하다.
과거 하드록이 인기있던 시절에는 이런 드러밍이 정상이었던 듯 하다. 하드록 하면 박력이고, 박력은 드러머의 섬세한 힘으로부터 나오는 법이니까. 힘이 들어가는 드러밍은 의외로 BPM 160 이상의 빠른 컨트롤이 어렵고, 현대 락 음악의 경우에는 BPM 170, 180, 심지어는 200 가까이도 되는 속도에서 펑크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아, 소리는 작아지는 대신 컨트롤이 섬세해지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여하튼, 결론을 맺자면, 사지 독립을 위해서는 목표로 하는 리듬을 평소와 똑같은 강도로, 가급적이면 최대의 강도로 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도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객관적으로 최저부터 최고까지 순위를 매길 수 있다*1. 음식도 최고의 맛을 먹어본 사람만이 객관적으로 음식의 맛에 따라 음식을 나열할 수 있다. 드럼도 최고의 세기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만이 최저부터 단계별로 소리의 세기를 쪼개어 조절할 수 있는 섬세함을 가질 가능성을 갖게 된다.
그 외에도 리듬의 변형, 머리 식히기, 전공 서적 공부 등의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나도 아직은 초보인 관계로 패스-
*1. 확실히 수능, 학교 성적 등은 엉터리 채점 방식이다. 깊은 진리에 도달한 사람만이 그런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차별 발언이려나? 이것에 관한 깊은 이야기는 나중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유명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Mike S. Portnoy)는 한쪽 손의 스틱을 반대로 잡고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스틱의 머리(tip) 부분을 손으로 잡고, 몸뚱이 부분으로 심벌이나 북들을 가격한다는 것. 보통 몸뚱이 부분과 머리 부분은 물리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드럼을 가격하는 순간 소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인터뷰에서 포트노이가 어떻게 그렇게 잡고 치면서도 일정한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한쪽은 힘을 빼고 치면 되어요."
...정말 단순한 대답이기도 하지만, 드러머에게는 정말 어려운 대답이기도 하다. 사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음악을 들어보면 손의 좌우의 밸런스가 흐트러진 경우가 많다. 16비트의 연타를 듣다 보면, 정숙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다이나믹함이 느껴지는 그런 소리도 많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귀는 이러한 소리를 완벽하게 지각할 수 없어 판단에까지도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박자는 정확한데 정숙하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 박자도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만큼 밸런스는 중요하다.
밸런스는 드럼 뿐만 아니라 사람의 눈에서도 중요하다. 선천성 유전 장애인 색각 장애. 그 중에서도 생활하는 데에 커다란 문제가 없다는 '색약'은 전국민의 20~30%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인간 또한 색각 세포라는 것이 있어서 색을 감지할수 있는데, 색각 세포의 종류에 따라 색을 서로 다르게 감지한다. 마치 LCD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빨강(R), 녹색(G), 파랑(B)의 세가지 색만을 내고 있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색각 세포 중에도 적색만을 감지하는 세포, 녹색만을 감지하는 세포가 존재하는데,적녹 색약은 이러한 적색 세포 혹은 녹색 세포의 분포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다음의 두가지 케이스가 일반적인데, 1) 일반인보다 어느 한 쪽의 세포가 적은 경우, 2) 일반인보다 어느 한 쪽의 세포가 많은 경우, 이다. 재밌는 것은, 사람들은 대부분 1번에 대해 상상하곤 하는데(장애란 뭔가 '부족'함으로서 생긴다는 사람들의 편견이기도 하다), 2번처럼, 오히려 세포가 많아서 한쪽 세포의 지각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드럼에서의 양손의 밸런스도 마찬가지다. 양손의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이유는 다음의 세가지 뿐이 없다. 1) 한쪽 손의 힘이 지나치게 들어간 경우, 2) 한쪽 손의 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3) 원래부터 양손 컨트롤을 못하는 사람이다. 3번인 사람은 장애인이거나 박자치가 아닌 이상 거의 없을 것으로 사료되고, 대부분은 1번이나 2번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1번, 혹은 2번의 어느 쪽의 문제에 속하는 지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는, 드러머는 반드시 밴드 구성 멤버들에게 '나의 소리가 어떤가'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 때, 드러머 자신을 제외한 다른 세션들(기타, 베이스, 보컬, 키보드 등)은 당연하게도 드러머가 만드는 소리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내려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하와 같은 대답들은 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가끔(혹은 자주) 박자가 밀려."
"너무 소리가 크다."
"너무 소리가 작다."
"소리가 깨끗하지 않다."
...
이 중에서도 양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첫번째 단계로서 귀담아들을 부분은 "너무 소리가 크다"가 아닌가 싶다. 즉, 너무 소리가 크다는 것은 드러밍을 위해 지나치게 힘을 많이 주입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고, 힘을 지나치게 쓰기 때문에 양손의 퍼포먼스 또한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힘을 지나치게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박자를 틀리지 않기 위해 전신이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분들은 다음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소위 '눈감고도 드럼을 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정말로 온몸의 힘을 쭉~ 빼고 쳐도 전혀 안틀리게 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될 정도로 양 손의 힘을 빼면 컨트롤이 눈에 들어온다.
또 한편으로는, 힘을 그다지 들이지 않는데도 양손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그립법이라든가, 타격법이라든가, 타격 자세라든가 하는 것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가를 신경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의외로, 처음에 드럼 칠 때부터의 자세가 잘못 잡혀있기 때문에, 영원히 양손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세션(혹은 같은 드러머 친구)으로 하여금 자신이 스네어나 하이햇을 LRLR로 가격하는 모습을 모니터링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다른 세션도 판단해줄 수 있으리라 본다)
드러밍에서 양손 밸런스를 교정하기 위한 결론.
= 힘을 최대한 빼고 컨트롤에만 집중해 보자.
= 양손의 그립, 타격, 타격 자세 등을 모니터링 하자.






2009/11/26 09:57
컴퓨터로 똑같이 만들어도 사람이 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잖아.
느낌이라면 세계관이 있는거겠고, 그때부터는 아마추어가 아니겠지?
수능의 채점 방식을 논하기 전에, 수능이 원하는 인재들만 수능을 보는게 맞지 않을까?
본질은 전국민이 한줄로 서서 한가지 시험만 보는 것이겠지.
2009/11/27 00:06
생각해보니 수능이나 학교 시험은 전국민이 일렬로 서서 보는 시험은 아니군. 수능은 중학 학력이 없으면 다가가기 힘든 시험이고, 학교 시험도 학교에 안다니면 볼 수 없으니.. 그럼 토익으로 할까?
2009/11/27 09:47
수능으로 드럼 잘치는지 알 수 있다고 하면 얼마나 넌센스겠어. 수능 하나로 모든 능력치가 객관적으로 판단될수는 없는건 당연한거라는거지.
하지만, 전국민이 한줄로 서서 딱, 한가지 능력치만을 절대 기준으로 놓고 경쟁한다면, 수능이 답이지. 역시, 넌센스지만 현실이기도 하네.
엉터리 채점방식이라는건 어쩌면, 수능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데서 생긴 부대적인 불만일지도 몰라. 수능을 보고 안보고를 선택하는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게 문제일지도 모르지. 드러머로 밴드에 진심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자꾸 피아노 오디션만 보자고 하고, 그러면 어쩌겠어?
2009/12/03 23:52
예전에 오락실에서 퍼커션 프릭스(당시 2nd)할때,
진짜 무릎이 후들거리고 팔이 아플때까지 쳐봤는데 죽어도 전 그게 안되더군요;ㅅ;
왜 하이햇 칠때 자동으로(!) 킥이 나가는건지...(조건반사인가;ㅅ
단순히 오락이었지만 그땐 그게 왜 그렇게 안되서 슬펐는지...
지금도 가끔 오락실에 가면 흘끗 보고 그때의 씁쓸함에 발길을 돌린답니다.ㅜ.ㅜ
2009/12/05 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