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희소가치

2008/02/09 18:00
중학교 무렵(1995년 정도)만 하더라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소위 '블루오션'이었다.
학교나 반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하면 다들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고,
비디오를 복제해서 친구들에게 떠주거나, 대만제 복제 시디를 보이면 다들 존경스러워 했다.
뭔가 아는 아이들만 접근할 수 있는 신기한 정보의 원천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감독 계보나 문화 계보를 꿰고 있는 친구는,
마치 락의 계보를 꿰고 있는 음악 마니아 친구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고교 무렵에는 플레이스테이션, 드림캐스트 등의 비디오 게임기에 심취하고,
뭔가 일러스트 같은걸 잘 그리거나 프로그래밍 같은걸 잘하는 아이는
테크니션으로 사람들에게 신기한 아이 취급을 받았었다.

하여간, 적어도 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무렵(2001년도)까지는 이들에게 신기한 이미지가 있었다.
적어도... 대학 중후반 때까지는...

지금은 많은게 바뀌었다. 요즘의 고등학교에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반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 심취하는 아이는 일단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 다른 그룹을 형성하는 듯 하다.
물론 어떤 학급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다들 즐겨 보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일단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 문화에 심취하는 아이는 '오덕 속성'이 부여된다.

'오덕 속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이러한 문화가 희소가치가 있는 문화가 아니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극소의 PC통신망 동호회 등에서 몇몇 발빠른 사람들에 의해 나눠지던 얘기가
희소가치 있는 미디어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전에는 아예 PC통신망 같은게 없었으니, 사람들의 말과 말로 전달되었으리라.
그래서 이런 것에 심취하는 사람들은 스페셜리스트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오늘날은 이런 미디어는 클럽박스에 가서 10초면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세상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게임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일반인의 눈에서 볼 때는 유치찬란하거나 특이해서 이상해 보일 따름이다.
(일반인들은 보통 일반적이지도 않으면서 일반적인 잣대을 가지고 이상함을 판단하곤 한다)


그래서, 모두가 알게 된 이 문화계에 성역이란 없는 것 같다.
남들 눈치보는 고상한 삶을 위해서는, 이 문화에 대해 모른척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08/02/09 18:00 2008/02/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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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용후기 / J.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 갤리온 / 12,000원

얼마전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어르신과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한국의 외국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르신 말씀이, 한국의 외국인들은 대부분 잠시만 머물고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들 돈에 허덕이고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즉, 우리가 TV에서 보는 머리 좋은 사람들은 한국에 별로 들를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문화의 심층적인 측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한다.
반면, 일본에 가는 외국인들은 대개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어서 가는 사람들도 있다더라.
그러다 보니 일본에 가서도 그 문화의 심층적 측면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나 마찬가지로, 그냥 생각없이 되는대로 흘러가는 타입들이 많다더라.

조금은 편견이 섞인 어르신의 말씀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면에서는 사실인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에 대해 남모를 애정을 갖고 있는 친구는 한 친구밖에 보지 못했다.
바로, 우리 연구실에 있는 A모군(실명삭제)이 라는 러시아 친구인데,
(이번 학기에 나와 같이 졸업한 후 LG MC에 입사 예정이다)
무려 그의 연구실 자리에 가보면 키보드가 한글 자판인데다가,
컴퓨터 본체 옆에 한글 단어가 빼곡하게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지금 소개하는 책은 한국에 대한 남모를 애정을 가진 사람이 지은 책으로 보인다.
물론, '대안 문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측면이 강한 독자인 나에게는 마음 안드는 구석도 있지만,
적어도 어제 소개했던 <교토 저널>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고 생각된다.
2007/12/24 06:00 2007/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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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저널 Vol.60 의 한국 특집 관련 표지.


일본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교토 저널 (Kyoto Journal).
자국의 문화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다루고 있다.

이 잡지(저널?)를 찾아보게 된 것은 J. 스콧 버거슨의 <대한민국 사용후기>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이 책에서 버거슨은, 한국은 자국을 소개하는 적절한 잡지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성토하고 있다.
오죽하면 일제 시대나 지금이나 남의 눈을 빌어서 한국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섹시 컨셉'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되어버리는 '한류'의 허구.
교토 저널 Vol. 60에서는 좀더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효리나 원더걸스, 전지현, 배용준, 비 따위가 나오지는 않는다.

한국도 이렇게 양질의 문화를 자발적으로 다루는 책이 1인 출판자에 의해 나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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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계속되는 아프간의 내전 속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2007/12/23 06:00 2007/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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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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