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이어지는 츠쿠바 생활기.
1월 8일 금요일
드디어 연구소 첫 출근.
선생님과 연구소 사람들은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하츠네 미쿠 관련 연구는 정말로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했음.
이번에 연구하게 되는 것도 한국인 최초로 하츠네 미쿠 관련 논문이 아닐까 싶다.
돌아오는 길에 츠쿠바역과 세이부 백화점 등등을 확인하였다.
밤에 신나게 마시고 쓰러짐.
1월 9일 토요일
밤에 마시고 쓰러진 덕택에 아침에 엄청나게 늦게 일어났다.
멤버들은 모두 아키바로 떠나버렸음 ㅡㅠ
다같이 떠났으면 택시비를 나눠서 편하게 갈 수 있었을텐데!!
그냥 터덜터덜 걸어서 츠쿠바역까지 가서,
츠쿠바 익스프레스를 타고 45분만에 아키바에 도착,
그리고 아키바에서 이런저런 곳에 돌아다녔다. 근데...
아키바,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예전에는 골목 이곳저곳에 참 갈만한 가게가 많았는데,
요즘은 뭔가 가게가 없어졌달까...
특히 CD가게 같은게 죄다 사라져서 좀 슬펐다.
역시 요즘은 다들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음악 같은거 들어서일까.
약간 슬픈 기분으로 중앙선을 타고 이치가야에서 열차를 갈아타
고코쿠지역 근처의 이모부댁까지 이동하였음.
밤에는 사토 이모부랑 이모랑 같이 일본 곱창 야끼(ホルモン焼き)를 먹었다.
역시 엄청난 액수가 나왔지만, 그래도 맛있으니까 신나게 먹었음.
1월 10일 일요일
아침에 역시 신나게 자고 일어나서
논문 작업용 시뮬레이션을 돌려놓고 이곳저곳 향했다.
먼저 간 곳은, 우연히도 이모부댁 바로 옆에 있는 하토야마 총리의 생가이다.
뭔가 한국으로 치면 노무현 대통령 같은 느낌이랄까,
일본에서는 묘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최근에는 여러가지 돈 문제가 터져서 이미지가 많이 망가진 모양이지만..
총리가 된 사람이 이모부댁 바로 옆에 살고 있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력가의 집에 간 것도 신기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이케부쿠로에서 몇가지 전기 기기를 사고
(이모부 댁이 참 오래된 곳이라, 몇몇 인터넷 기기 변환용 케이블 등이 필요했다)
이케부쿠로 토부 백화점 지하에서 케이크 등을 많이 샀다 +_+
오늘밤에는 아마도 샤브샤브 파티를 열지 않을까 생각중.
역시 친척 중에서는 내가 왕인거 같다 (?)
더불어 내일은 와코시의 사람들과 만날수 있다면 만나고,
적당히 출발해서 해지기 전에 츠쿠바에 도착하는게 목표.
사이사이에 논문 작업은 좀 해둬야;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있어 연구자에 대한 인식이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정도의 인식인 듯 하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끔 신기한 걸 만들어내는 사람 정도의 인식 아닐까?
이런 사람들에게 '연구자들은 연구를 취미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모든 연구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반 정도는 현재 하고 있는 연구가 즐겁기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해당 연구 주제가 생소한 것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점점 연구 주제에 빠져들면 재미있어지고, 어느 새인가 자신이 그 분야, 그 주제의 탑(top)이 되어있는 것이다.
뭐, 이 글을 보고 '나는 정말 연구가 괴로워~' '처자식 밥벌어먹여 살릴려고 연구하는거야~' 같은 이야기가 돌아온다면 할 말 없지만, 적어도 나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척 즐겁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여 현재 하고 있는 문제를 풀고자 하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탐색의 재미'를 느끼게 된 건 대략 중학교 때부터일까? 중학교 2학년 때 동네 친구들과 수학경시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경시대회 준비를 지도해주시던 선생님은 좀 특이한 분이셨는데,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고 현재까지 배운 것만으로 문제를 푸는, 소위 '아이디어 찾기'를 가르치시던 분이었다. 그 전부터 교수였던 아버지께서는 새로 사준 MSX2 컴퓨터(초등학교 2학년 때)로 게임만 하는 나를 보고 '컴퓨터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지, 게임을 하면 쓰나' 하고 툴툴거리셨다. 여튼 이런 상황에 맞물려, 처음에는 아무런 힌트도 없이 문제를 푸는 것이 괴로웠지만, 나중에는 답을 찾는 것이 재미있어졌던 기억이 있다. 물론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멤버들 사이에서는 평균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재미있는건, 그때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친구들은 다 의대에 있다는 것이다. 나보다 실력이 낮은 친구, 실력이 높은 친구, 말할 것도 없이 전부 다. 공학으로 진학한 친구들도 뒤늦게 의학전문대학원 등으로 편입하여 의대에 가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친구들 중 몇몇을 붙잡아 '그때 왜 의대를 선택했어?' 라고 물어봤더니,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경쟁하는 것도 싫고, 아무래도 의대에 가는 것이 좀더 편안하지 않겠느냐 하는 솔직한 답변.
맞는 이야기이다. 나도 사실 대학 1,2학년 때에는 좀 막막했던 적이 있다. 대학에 오니 수학이나 물리학, 화학 등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기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컴퓨터 관련 이론은 언제쯤 공부할 수 있을까 기다리던 때가 있다. 그래서 대학 2학년 때 4학년 것을 미리 듣고, 3학년 때 3학년 것을, 4학년 떄 2학년 것을 들어서 대학 학점이 무척 좋지 않다. ^^; 그렇지만 어찌어찌 컴퓨터와 수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여하튼,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자면, 경쟁이라든가 안정 이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 물론 약간은 학계라든가 산업 트렌드랑 맞아야 하겠지만, 뭐든 연구를 하고 있으면 최소한 밥벌어먹을 정도의 돈은 들어온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남들이 찾아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찾는다는 것은 무척 고무되는 일이고. 그런 뇌내 미지의 세계 속을 '모험'하고 있는 것은 처음 이 블로그(혹은 이 홈페이지)가 생겼을 때의 캐치프레이즈와 여전히 동일하다.
그리고 그 최소한 밥벌어먹기 위한 돈을 받으면서 '취미'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은 꽤 경악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주변에도 점점 즐겁게 연구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최소한의 돈만 가지고 최고의 성과를 즐겁게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나라 전체에도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보라. 아무리 전세계적인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연구자들이 우리 분야에 산재해 있다. 그것이 일본의 저력 아니던가. 한국도 지금보다 약간만 더 상황을 개선하여, 돈 걱정 없이 연구를 취미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든다면, 급속 성장하는 중국이나 연구 강국 일본과 '즐겁게' 경쟁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