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학(원) 생활을 통해 배운 것들.

대학 1학년 들어가자마자 내가 먼저 했던 것은, '참견꾼'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입시 공부)이 상당히 효율적이었던 데다가,
이것으로 인해 완성된 '나'를 온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인생의 뭣도 모르는 중고교생 사이트에 들어가서,
선배랍시고,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라며 내 방식을 마구마구 고집했던 것 같다.
과외 및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로 돈도 진짜 많이 모았다.

...근데, 솔직히 대학 2, 3학년 때는 인생이 약간 잘 안풀렸다.
입학한 학과가 학부제이기 때문에, 학점에 따라 학과를 배정하는 제도가 있었다.
그 제도 안에서, 학점도 간신히 턱걸이 해서 원하는 학과로 배정받았지만 만족도는 제로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걸어온 인생에 대해 다시 성찰하면서 여유를 가질 기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2학년 1학기, 전기전자전파공학부로 배정되자 마자 한 학기 휴학을 했다.

한 학기 휴학하면서 그다지 한 건 없다.
의욕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겠답시고 과천으로 2~3주 정도 나가보기는 했는데,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과 어쩐지 사상도 계층도 맞지 않아 적극적이지 않았다.
일본어 공부를 하겠다고 일본어를 잡았지만, 친구와 다툼도 있고 해서 그만뒀었다.
그래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며 몸무게가 10kg 정도 불었던 것 같다. '~'
그래도 과외를 비롯한 아르바이트는 조낸 열심히 했다.

그리고 2003년 1학기에 복학하면서 화려하게 학고를 맞는다 -_-
요즘은 복학생이면 다들 4점 이상을 맞는다는데, 그때의 복학생인 나는 당연한 듯이 학고를 맞는다.
그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던 것이, 수업 시간에 아예 나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회실은 그나마 자주 갔던 것 같다. 그래서 2004년에는 학회장도 했다.

2005년은 졸업 마지막 학기였다.
좋지 않은 성적이상한 부분에서만 화려한 실적을 들고 지금의 우리 교수님에게 찾아갔다.
특이한 경력과 특이한 성격에 교수님은 '조금' 관심을 가지셨다.
하지만 만일 학점 좋은 다른 경쟁자가 있었으면 랩에 못들어갔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다행히, 연구실에 쓸만한 사람이 지원을 안했기 때문에 붙은 것 같다.
그래서, 2005년 4월 6일, 인턴으로서 연구실의 창립 멤버가 되었고,
2005년 9월부터는 석사 1학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석사 생활을 시작하고 1년여 동안, 창의적인 연구는 하지 않고 프로젝트만 열심히 한다.
인턴 때부터 참가한 프로젝트가 있다, 근데 이건 첫 프로젝트라 그런지,
연구실의 유일한 한 학기 선배도 전혀 적응을 못하여 실패한 프로젝트가 된다-_-
하지만 다음으로 들어온 LG전자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한병준이 매니지먼트 하면 깔끔하게 진행된다는 이미지를 살리게 된다!

그러나 2학기 째에 처음 잡은 연구 프로젝트는, 의욕 문제로 다른 사람에게 뺏기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때 뺏긴게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연구실의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최신의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논문도 내고 있으니까.
어쨌든, 프로젝트에서는 이제 멋지게 진행하는 사람이 되었다만,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밀린다는 것이 정말 분노스러웠다.
그래서 조낸 열심히 논문을 봤다. 그리고 분야의 대세를 파악하기 위해 조낸 연구했다.
그러다가 지금 같이 연구하고 있는 아주대의 승민형을 만나게 되어,
오디오 및 음악 분야에 대해 컴퓨터 과학, 전자공학, 인지과학, 예술 등을 통합한 연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학원에서의 나이다.

현재 나는 이 분야에서 7편의 논문을 내놓았으며,
추가적으로 다른 분야의 연구를 통해 2편의 논문을 내놓았다.
이 중 SCI-E 저널 논문도 한 편 있으며, 멀티미디어 분야의 최고 학회 중 한 곳의 논문도 한 편 있다.
5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이 중 2개의 프로젝트는 내가 리드하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과로 나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운 것들을 일단 정리하면,

우선, 논문은 수가 아닌 질로 평가받아야 한다. 즉, 정성적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내 논문의 주제를 보면 대부분 그 주제에서 그 주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쇼펜하우어도 문장론에서 지적했듯, 다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서(=양질의 논문)는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는 실패가 없어야 한다.
학교니까 다들 봐주는 것일 뿐이지,
회사나 연구소에 가면, 1번의 실패는 10번의 성공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그리고 언제든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 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
지금도 학계, 업계에는 뛰어난 사람이 얼마든지 널려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부드러운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하지만,
일이나 연구를 앞에 두고는 감정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한 말은 지키려고 최선을 다할 것.
2007/10/10 06:00 2007/10/10 06:00
2007/10/10 06:00 talk/free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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