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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3  하류지향 (2007) (4)

하류지향 (2007)


하류지향 (url) /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순분 옮김/ 열음사 / 2007년 10월 25일 / 11,000원


<소개>

이 블로그에서는 지난 번 <90%가 하류로 전락한다>라는 흥미로운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 책도 2000년대 들어 일본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하류로 전향하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 이 글은 무척이나 장문으로 적을 요량으로, 읽는 분이 끈기를 가지지 않으면 끝까지 보지 않도록 해줄 생각이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이 책의 내용의 가치를 알고픈 사람만이 읽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리 잘 쓴 책은 아니다. 내용은 참신할지 몰라도, 책 자체는 세미나 내용 자체를 축약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질문>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에게 이 책이 필요한 지 체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해보면 될 것 같다.

<첫번째 질문>
당신은 혹시 주변에 인맥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인맥인가? 집에 혼자 있어 외로울 때 항상 불러 술을 마시거나 수다를 떨 수 있는 소모성 인맥인가? 아니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급전이 필요할 때 묵묵히 도와줄 수 있는 인맥인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는 꼭 가는 편인가? 가면 축의금은 얼마나 넣는가? 축의금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두번째 질문>
당신은 늘 의문을 가지고 있는가? 그러한 의문 중에서 당신이 주로 가지는 의문점은 무엇인가? 혹시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공부는 왜 해야 하죠?", "내가 듣는 전자회로 수업은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습니까?", "일본어는 왜 공부해야 하죠?", "(직급 낮은 사원인) 내가 왜 부장님의 말을 들어야 합니까?", "선생님의 말은 왜 들어야 하죠?"

첫번째와 두번째 질문 둘 중, 지금까지 교과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형태의 답 혹은 가치관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하류로 전락할 만한 사람이다. 책에 여러가지 논지가 나오고 있지만,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좀더 한국의 현실에 맞는 예를 들어,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하여 설명하고 싶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


첫번째 질문의 요지는 간단하다. 당신이 위험을 얼마나 분산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평소 친목을 위한 친구만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런 친구들은 금전적으로 그다지 도움되지 않을 때가 많다. 여기서 친목이라 함은, 학연, 지연, 혈연 등과 비교적 독립적인 인맥을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친구들은 같은 직종이나 직장에 다니게 되거나 하면 스트레스 해소 및 레저 외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책에서는 리스크 헤지(Risk Hedge) 라는 용어를 소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위험 분산'이라는 것인데, 한국인들은 비교적 위험 분산이라는 것을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잘 행하고 있는 편에 속하다. 조금 적나라하지만, 만일 당신이 고려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고려대학교 친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면, 사회 나가서 실패하더라도 당신을 받쳐주는 사람은 든든하다고 보면 된다.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의 자식들을 분산시키고 있다면, 당신의 부모님은 리스크 헤지를 진정 잘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회사를 실직하면 형제에게 얹혀 살기라도 해야 하는데, 일본에는 그것마저 못해서 비참한 인생이 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회사를 실직하고 다시는 취직하지 못하거나 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리스크 헤지를 실행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소위 인맥 하나 제대로 없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무척이나 잔혹한 이야기지만, 쓸만한 인맥이 없는 사람이 사회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은 언제라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첨언하건대, 리스크 헤지와 반대되는 것은 '홀 아니면 짝'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험을 분산하여 전체적으로 조금씩의 손해를 보는 것을 감수하지 않고, 한 곳에만 올인하여 전체적으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이 조금 하강세가 되었다고 해서, 집을 담보로 삼아 더욱 투자를 늘리다가 집 전체가 패가망신하는 것과 같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도 자신의 고집보다는 주변의 조언을 따랐으면 그나마 덜 손해를 보았을 것을...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주의가 나타나게 된 것을 97년 IMF의 여파라고 생각한다. 97년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수혈받고,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다니던 직장에서 내몰리거나 좀더 '등급'이 낮은 직장으로 이직해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디어를 장식한 것은 다름아닌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투자가들의 이야기이다. 소위 하나에만 올인하여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하여 큰 수익을 얻는 자들의 이야기인데, ... 맞는 이야기이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확률적으로 1%도 채 안되게 마련이라는 것에는 다들 신경쓰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학교나 부모, 친구들 사이에서도 위험을 분산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치고 배우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의 도덕/윤리 교과서에서는 소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참된 말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라고 배워왔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대답을 유보하는 것도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어떤가. 조금이라도 자금이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벤처 기업을 만들어 벤처 전사가 되도록 내몰고 있다. 어디에도 '(현명하게 살고 싶으면) 지금 있는 자금을 적금이나 부동산에나 넣고 조용히 사세요' 라고 하는 부처가 없다. 다행히도 우리 부모는 리스크 헤지의 대가이기에, 여러가지 위험을 피해 중산층의 지위를 가지고 조용히 살고 계시다.

그렇다면 리스크 헤지와 인맥은 대체 어떤 관계인가? 위에서도 암시했지만 답은 뻔하다. 공동으로 협약을 맺고 어느 하나가 위험에 처하면 공동으로 그를 돕는 것이 바로 인맥의 역할이다. 물론 한국의 실정에서 볼때는 사업 자금을 대주거나 하는 것이 인맥의 역할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 'S전자'에서 40대 중후반의 부장이 나이로 인해 내몰렸을 때, 그를 위해 주변의 실용적인 인맥들이 작은 중소기업의 부장이나 이사라도 맡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맥이다. 이전보다 연봉은 반 이상 깎여나갈 수는 있지만, 적어도 위험을 분산하지는 않았는가. 그리고 그 부장도 언젠가 내몰릴 다른 인맥들을 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인맥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언젠가 인맥에 관련한 서적을 읽어 여러가지 한 소리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서는 '억지로 인맥을 만들려 하지 말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놔두되, 어려워지면 서로 실용적으로 돕는 관계가 되도록 하자' 고 조언하고 싶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


두번째 질문은 반항아를 가려내는 질문이다. 책에 써있는 내용처럼 나도 일본의 공립학교는 수업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다고 들었다. 또한 일본 전체적으로 '이것은 어떤 것에 쓸모가 있습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현재 다니는 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에 개설된 전공과목 조교를 몇 년 째 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도, 전기전자전파공학부 학생이 '전자회로는 배워서 뭐에 써먹나요?' 하고 질문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자신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가지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그렇지만 이 매우 좋은 현상이 자기 자신을 하류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사실임에 틀림없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실을 아시는지. 바로, 사회적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비판, 비평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다. 는 것을.

이 말에는 약간의 넌센스가 있다. 비판, 비평적으로 참여하는 정치인 가운데에는 경제적인 약자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 즉,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광화문에 모여 촛불집회를 하는 대다수의 시민 가운데에는 중산층과 그 이하인 경우가 많다. 절대적으로 많다. 물론 정치 참여를 활발히 하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나쁘지 않은 일이 본인들을 좀더 비판적으로 만들어가고, 지금까지 통용되어 오던 상식을 부정하게 만들고, 상식 자체를 자신의 삶에서 제외시켜 버리고, 결국은 하류로 전락하게 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라면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정치적인 이슈에서 좀 돌아가서, 학교 수업으로 돌아가 보자. 누구나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면 가끔씩 튀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개성이 튀는 학생들 말고, 선생님에게, 혹은 부모에게 '공부는 왜 해야 하죠?', '공부를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하고 덜컥 질문하는 친구들이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춘기적인 반항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나쁜 과정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저런 질문을 던지고, 어른이 되어서도 저런 형태의 '가치 재확인 질문'을 주변 사람들에게 던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하류 계층 확정이라고 써붙여도 될 것 같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유는 이 책에서 꽤 논리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우선, 저런 질문은 누구라도 선뜻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라는 것이다. 반항심에서 질문한 경우라면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겠다.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정말로 무심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라면 가치가 확실치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의 반증이라고 한다.

얼마전 지도 교수님과의 논문 지도 중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교수님들 사이에 걱정되고 있는 것이, 대학원생의 탐구력 하락이라고 한다. 즉, 어떤 문제를 탐구하라고 하면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그 문제에 대한 자료는 산더미처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자료로부터 좀더 창의적인 주제로 파고 들어가는 것은 한국 학생들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이 학교에 와있는 러시아 학생들 가운데 자료를 찾다가 잘 안되면 허접한 creative idea라도 들고 오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탐구력의 하락이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가치 불확실에 대한 투자 의욕 하락'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투자 의욕 하락 현상이 일본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에도 강력하게 침투하여, 가치가 확실치 않은 일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건 좀 험담인데) 학부 때 있던 학회 후배 중 02학번 후배 한 명은 매사에 너무 비판적이라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가치가 확실치 않은 경우 계속해서 의문만 가지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같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후배이기에 연구에서는 그런 자세를 갖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는 좋은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첫번째에 이야기 한 '리스크 헤지'와 상충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벤처기업 처럼 가치가 확실치 않은 일에는 당연히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인들, 왜 여기서는 가치가 확실치 않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즉, 비지니스와는 다르게, 교육, 건강 등과 같은 문제는 이에 대해 투자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가치를 물어볼만한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결론>

이 외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전에 소개했던 <90%가 하류로 전락한다>가 단순히 겁주기 위해 출판되었다고 하면, 이 책은 일본 중산층이 하류가 되는 과정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과정과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면 좋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사춘기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무엇일까. 자신의 존재 의의에 대해 질문을 가지는 행위 자체가 터부시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재미있는 이유지만, 그중에는 하류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하나의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스꽝스럽지만,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적당히 의문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의문을 가지고 의문을 해결하는게 직업인 연구자는 적어도 실험실에서는 많은 의문을 가져야 하겠지만)

그러니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지금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거나 혹은 읽을 시간에, 자신이 사는 삶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고 하는 일에 대해서만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하류는 될 일이 없다는 것.
2008/05/23 06:00 2008/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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